‘000’씨는 대만 국적을 지닌 분으로서 70세가 넘은 노인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한국에 온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신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아예 문학동에 터를 잡고 노숙인으로 살고 계십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분 신분을 살리려면 몇 백 만원의 벌금을 출입국사무소에 내야하는데,
그렇다 해도 한국에 연고가 없기에 금방 비자가 만료되어 중국으로 추방된다 합니다)
이분은 평상시엔 리어카를 밀고 다니며 폐지를 주워 끼니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노숙인들이 그러하듯 이분은 알콜중독자입니다.
저와 아내가 이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택이 교회 앞으로 이사 온 2018년도부터입니다.
낮에 술을 안 드실 때는 정신이 멀쩡하고, 예의도 있어서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분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생각났던 말씀이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거지 나사로와 부자 이야기였습니다.
집 앞에 누워있는 나사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자에게 하나님은 그 대가를 지불하게 하셨다는 말씀과
누가복음 10장에서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실제적인 예로 강도 만난 사람의 진정한 이웃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을 갖고 말을 걸었을 때, “밥을 못 먹었으니 5천원만 달라”고 해서 준 것이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제가 목사인 것을 알고 “발이 너무 시려서 신발을 사야겠으니 5만 원만 빌려 달라”,
“추우니 옷을 좀 달라” 등등 어떤 때는 당당하게, 어떤 때는 사정을 하며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지금 그분은 그 때 사준 신발과 제가 입던 겨울 겉옷을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교회 옆 공원 벤치에서 잠을 이루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밖에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그분의 오랜 지인이 교회 앞에 있는 건강원 창고에서 자게 해주었는데,
날마다 술을 마시니까 화재의 위험 때문에 밤에 전기를 쓰지 못하게 해서 강추위에 온기 하나 없는 창고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재작년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교회에서 야전침낭을 하나 사드렸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에는 제가 두유와 호빵을 데워서 드리고 핫팩을 많이 준비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이 발생되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 밤에 촛불을 킨 것이 그만 약간의 불을 내고 말았고,
“제발 술을 먹지 말라”는 계속적인 권고를 무시당했던 친구로부터 그 창고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은 우리교회 1층 입구에서 추운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만났을 때에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온 몸이 얼어 있었고, 자신을 쫓아낸 친구를 원망하고
‘팔자타령’도 하면서 “빨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하면서도
"돈이 있으면 월 25만 원짜리 여인숙에서 따뜻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면서 좋은 점은
평소에는 돌아보지 않았던 생각지 않았던 이웃에게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고,
예수님을 대신해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레위기를 통해서 하나님을 닮은 ‘진짜 거룩’과 ‘가짜 거룩’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일이 생기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게다가 오늘 레위기 본문 설교의 주제가 “거룩은 이웃 사랑으로 완성됩니다”는 내용으로 전하려 하는데,
우리 교회 앞에 계신 나사로를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